공항시설법이 국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공항시설법상 개발사업 허가조항이 국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이유와 개정 방향

1. 문제제기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항공물류·관광·외국인투자 유치와 직결된 국가 경제의 관문(gateway)이다. 창이공항, 홍콩국제공항은 물론 중국 주요 공항들도 허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공항 인프라의 확충 속도는 이러한 경쟁 구도를 따라가기에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그 핵심 원인 중 하나가 공항시설법상 개발사업 시행 체계에 있다. 공항운영자가 스스로 판단해 시설을 확충하고 싶어도, 매 사업마다 국토교통부장관의 개별 허가와 실시계획 승인이라는 이중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서 착공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경제적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이 글은 이러한 절차적 제약이 어떻게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하는지를 짚고, 항만·철도 분야와의 비교를 통해 공항시설법 개정 필요성을 제시한다.

2. 현행 공항시설법상 개발사업 시행 체계

공항시설법 제6조(개발사업의 시행자)는 개발사업의 원칙적 시행자를 국토교통부장관으로 정하고, 국토교통부장관 외의 자가 개발사업을 시행하려는 경우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한국공항공사와 같은 공항운영자는 여기서 말하는 ‘국토교통부장관 외의 자’에 해당하므로, 활주로 확장, 계류장 신설, 여객터미널 증축 등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매 건별로 시행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어 제7조는 시행허가를 받은 사업시행자가 공사 착수 전 별도로 실시계획을 수립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이중의 절차를 두고 있다. 즉 ①사업 자체의 시행허가, ②실시계획 승인이라는 두 단계의 개별 처분을 순차적으로 거쳐야 비로소 착공이 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다른 법률에 따른 인허가 의제 협의, 환경영향평가 등이 결합되면 실제 착공까지의 행정절차 기간은 더 길어진다.

3. 절차 지연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경로

  1. 항공수요 대응 실기(失機): 항공수요는 관광객 증가, 신규 노선 개설, 화물 물동량 변화 등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 시설 확충 의사결정 이후 허가·승인 절차에 수개월~수년이 소요되면, 수요가 정점에 달했을 때 정작 시설은 준비되지 않아 혼잡비용·기회손실이 발생하고, 항공사·물류기업의 신규 취항·투자 결정도 지연된다.
  2. 허브 경쟁력 상실에 따른 물동량 이탈: 인접국 공항들이 신속한 시설 확장으로 환승 수요와 화물을 흡수하면, 국내 공항을 경유할 수 있었던 여객·화물이 경쟁 허브로 이전한다. 이는 항공운송업뿐 아니라 관광·면세·물류·MRO 등 공항 배후 연관 산업 전반의 매출 손실로 이어진다.
  3. 투자 불확실성 확대: 시행허가 여부와 시기가 사전에 확정되지 않는 구조는 공항 배후단지·물류단지에 투자하려는 민간기업 입장에서 사업 일정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인허가 리스크는 국내외 투자 유치 경쟁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4. 재정·공사비 상승: 착공 지연은 공사비 상승(자재비·인건비 인플레이션)으로 직결되며, 동일한 시설을 더 비싼 비용으로 짓게 되는 비효율을 낳는다.

4. 항만·철도 분야와의 비교: 왜 공항만 뒤처지는가

4-1. 항만: 항만공사법에 의한 법정 시행권

항만법 제9조는 항만공사(공사, harbor works)의 원칙적 시행자를 해양수산부장관으로 규정하면서도, 항만공사법에 근거해 설립된 부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 등 개별 항만공사(법인)에 대해서는 항만법 제9조의 허가 절차와 무관하게 관할 항만시설의 신설·개축·유지보수·준설 공사를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항만공사법인은 매 사업마다 개별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법률이 부여한 포괄적 시행권을 행사한다.

4-2. 철도: 국가철도공단의 법정 시행자 지위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철도건설사업의 시행자로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국가철도공단(옛 한국철도시설공단)을 나란히 명시한다. 국가철도공단은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예비타당성조사 등 상위 계획 절차만 거치면 개별 사업마다 국토교통부장관의 별도 시행허가 없이 철도건설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4-3. 시사점

항만·철도 분야는 ‘계획 수립·승인’ 단계의 국가 통제는 유지하면서도, 개별 사업의 시행 단계에서는 전문 공공기관에 법정 시행권을 부여해 사업별 허가라는 반복적 절차를 생략했다. 그 결과 항만·철도 인프라는 계획이 확정되면 곧바로 시행 단계로 이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반면 공항 분야만 공항운영자에게 사업별 개별 허가를 요구하는 구조가 남아 있어, 동일한 국가기간교통망 확충 사업임에도 공항 인프라 사업의 착수가 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항공 부문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속도를 늦추는 제도적 병목으로 작용한다.

5. 개정 방향 제안

  1. 법정 시행자 지위 부여: 공항시설법 제6조를 개정하여, 한국공항공사법·인천국제공항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공항운영자가 자신이 관리·운영하는 공항구역 내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개별 시행허가 없이 법률상 시행자 지위를 갖도록 명시한다(철도건설법 제8조, 항만공사법 제21조와 유사한 입법 방식).
  2. 상위 계획 통제는 유지: 국토교통부의 정책적 관여는 공항개발 종합계획·기본계획 수립·고시 단계에서 지속하되, 개별 사업의 시행허가는 폐지 또는 신고제·사후보고제로 완화한다.
  3. 실시계획 승인 절차의 간소화 및 처리기한 법정화: 시행허가가 폐지되더라도 실시계획 승인은 유지하여 국가 차원의 최소한의 사전 통제 장치를 남기되, 처리기한을 법정화해 절차 지연에 따른 경제적 기회비용을 최소화한다.
  4. 경과조치 및 예외 규정: 신공항 건설 등 국가 정책적으로 중대한 사업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를 유지하는 규모별 이원화도 고려할 수 있다.

6. 결론

공항 인프라는 관광·물류·투자 유치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직접 기여하는 자산이지만, 현행 공항시설법의 개발사업 시행허가 제도는 항만·철도 분야와 달리 공항운영자에게 법정 시행권을 부여하지 않아 사업 착수를 지연시키는 구조적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접국 공항들이 신속한 시설 확장으로 허브 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절차 지연은 항공수요 대응 실기, 물동량 이탈, 투자 불확실성 확대, 공사비 상승 등을 통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항만공사법·철도건설법이 이미 채택한 법정 시행권 부여 방식을 참고하여, 공항운영자에게 법정 시행자 지위를 부여하고 개별 시행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공항시설법 제6조·제7조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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